2009년 12월 22일 화요일

매력적인 사업계획서를 만드는 법

현란하고 화려한 사업계획서를 피하라고 해서 파워포인트로 만드는 사업계획서에 텍스트만 가득 넣어서 만들라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사업계획서를 두 가지 형태로 만들기를 권장한다.

하나는 발표용 사업계획서다. 이것은 파워포인트로 만드는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원래 파워포인트가 프레젠테이션용 자료 작성을 위해 고안된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표의 순서에 맞게 간단한 요점을 커다란 글씨체로 몇 자 적어 놓고, 발표에 보조할 수 있는 몇가지 그래프나 그림들을 간단하게 곁들이면 좋다. 그래서 발표를 하면서 한 장씩 한 장씩 장표를 넘기면 된다. 분량은 4~7장 정도면 족하다. 너무 많은 내용을 넣을 필요가 없다.

그런 다음 자신의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가 좀 더 알고자 할 때, 또 다른 형태인 리포트(report)용 사업계획서를 준비하면 된다. 여기에는 좀 더 상세하게 사업계획이나 기술 내용, 마케팅 전략, 그리고 향후 매출계획과 수익성에 대한 내용을 넣어 줄 필요가 있다. 이것은 워드프로세서로 만드는 것이 제격이다. 약간 두꺼운 15~30장 내외의 리포트 형식으로 만드는 것이 좋다. 그러면 투자자가 투자설명회에서 들은 내용을 사무실로 돌아가서 좀 더 찬찬히 뜯어 볼 수 있다.

이러한 리포트 형식의 사업계획서가 가급적 갖추어야 할 양식이 하나 있다. 그것은 사업계획서 맨 첫 페이지에 간단한 요약내용(Executive Summary)을 실어 주는 것이다. 그 사업계획서 내용 중 주요한 것, 즉 사업의 개요, 시장 환경, 마케팅 전략, 기술 내용, 주요 경영진, 매출 예상, 수익성 등에 대해 각 항목당 두세 문장 정도로 요약해서 한두 페이지를 넘지 않는 선에서 정리하면 된다.

이는 사업설명회에 참석하지 않은 투자자들을 위한 배려다. 사업설명회에 참석한 투자자만 리포트 형식의 사업계획서를 보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른 투자자가 그 사업계획서를 볼 수도 있다. 이 때 아무런 요약 없이 처음부터 너무 상세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면 그 내용을 단번에 짐작하기란 쉽지 않다. 이는 투자 요청을 할 때 먼저 명확한 결론을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간단한 요약 내용을 보고, '어, 이거 재미있는 사업인데? 수익도 이 정도면 괜찮을 것 같고, 어디 한 번 자세히 볼까?' 하고 투자자가 관심을 가지게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처피 투자자는 갑(甲)이다. 그들의 주위에는 투자를 바라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들은 자신이 좋은 투자기회를 놓치는 것보다는 나쁜 투자처에 잘못 투자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더 크다. 좋은 투자기회 한두 개 놓치는 것은 별반 문제가 안 된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점점 더 냉소적으로 되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투자를 받으려는 사람이라면 더욱더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줘야 한다.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지 못하면 투자를 받기란 쉽지 않다. 물론, 사업의 내용이 가장 중요하다. 속 빈 강정을 만들라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내용이 좋더라도 이를 매력적으로 알리지 못한다면 그건 자신에게도 투자자들에게도 해를 끼치는 것이다. 사업계획서는 결코 문학 작품이 아니다. '내 문체가 싫은 사람은 내 소설 읽지 마' 하며 자신의 문체를 고수하는 그런 소설가가 되어서는 안 된다.

- 월급쟁이로 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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