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15일 수요일

타성에 대하여

"하지만 선생님, 개인이든 조직이든 '타성에 젖는' 자신의 모습을 감지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영재는 조금 긴장하고 있었다. 조직의 분위기를 핑계로 아무리 부딪쳐봐야 나만 손해라고 단정하며 자신 역시 서서히 정체돼 왔던 것이다.

"좋은 지적일세. 드러난 문제야 쉽게 대처하겠지만, 감지되지 않는 위험에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겠지."

"그 말씀을 들으니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속담이 생각납니다."

영재가 또 속담을 말하자 선생님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가랑비 하니 어릴 때 동네 낡은 영화관에서 봤던 무협 영화가 생각나는군.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봄날에 한 검객이 적수를 기다리는데 도통 나타나질 않는 거야. 서너 시간이 지나고 적수가 나타났을 때는 검객의 옷은 적잖이 젖어 있었다네. 그런데 검객과 적수의 싸움은 단 몇 수 만에 끝나고 말았지. 옷이 젖어서 둔해진 검객의 몸놀림을 적수가 놓치지 않았던 거야."

젖은 옷으로 둔해진 몸놀림처럼 위기는 작지만 치명적인 허점을 파고드는 법이다. 작은 허점은 쉽게 은폐되고 방치된다. 이렇게 방치된 허점은 점점 확대되어 큰 위기의 빌미가 되는 것이다.

영재는 다시 한 번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았다.

"그러고 보면 저는 그저 시키는 대로 주어진 일만 하는 월급쟁이 직장인 이었어요. 회사 상황은 내 일이 아니라 상사와 경영자들의 문제다. 난 그저 월급이나 받으면 그만이다, 이렇게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서서히 정체되었던 것 같습니다."

"음, 자네에겐 월급이 안전지대였구먼."

(이하 생략)

- 용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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